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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김영하 역사소설 '검은꽃' 멕시코 이민자의 삶/김영하 북콘서트(대구) 본문
김영하 소설 중 딱 한 권만 읽어야 한다면,
그 한 권은 검은꽃이라고 한다.
멕시코로 이민을 떠난 한국인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
[ 검은꽃 ]
내가 읽은 검은꽃은 재출간된 버전으로 표지도
바뀌었다. 이 책에서는 이정과 연수가 재회하는
부분의 내용이 이전 버전과 조금 다르다고 하니
다른 부분 비교하면서 읽어도 재밌을 것 같다:)
하와이 사탕수수밭으로 노동이민 간 건 많이 들어봐서 알고 있었는데, 멕시코 이민은 좀 생소했다.
책을 읽기전 멕시코 이민에 대해 검색해봤다.
멕시코 이민은 1905년에 1,000여 명의 한국인들이 멕시코로 이주한 계약노동 이민으로 정부에서
주도한 것은 아니고 이민브로커가 진행한 것이었다.
이민브로커가 이민모집사무소를 개설하고 <황성신문>에 광고를 게재하여 노동이민자를 모집하였다. 허위, 과장광고로 이민자를 모두 모을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멕시코와 외교적관계를 맺지 않은 상태였기에
이주한 한국인들은 열악한 환경과 노동조건에서
보호받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검은꽃에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이민자들이 겪는 설움과 고난이 잘 드러나 있다.
러일전쟁, 을사조약 등으로 사회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경제적으로 궁핍한 시기였다.
1,000명의 한국인이 마이어스라는 이민브로커를 통해 1905~1909년까지 4년간의 노동계약을 맺고
멕시코로 떠나는 일포드호에 몸을 실었다.
소년은 자신의 이름을 되뇌었다.
김이정. 나는 김이정이다. 먼 나라로 간다.
그리고 어른 김이정이 되어 돌아온다.
이름과 돈을 갖고 돌아와 땅을 사고 거기에 벼를 심을 것이다. 땅을 가진 자는 존경을 받는다.
그것이 소년이 배운 단순한 진실이었다.
멕시코의 땅이어서는 안 된다.
조선의 땅, 그것도 논이어야 한다.
이주를 결심한 사람들 모두 김이정처럼 나름의 기대를 안고 배에 올랐다. 노동이 끝난후의 삶은 기대하며..
멕시코에서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채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하층민들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그와 그의 가족을 구경 삼아 쳐다보는 일이 이제 일상사가 되었다.
만나도 고개를 숙이는 자가 없었고, 복도에서 마주쳐도 옆으로물러나는 자가 없었다.
암묵적으로 남아있던 조선의 신분제는 일포드호의 선상에서 그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몰락한 양반들, 농민, 왕족, 무당, 신부, 제대 군 등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이 한 배에 탔다.
조선의 땅을 벗어나자 엄격했던 신분의
위계질서가 의미가 없어졌다.
왕족의 딸 이연수와 고아출신 김이정이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조선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말이다.
이 구절에서 나온 그와 그의 가족들은 왕족인 이종도와 그의 가족들이다. 이종도는 배에서도, 멕시코에서도
끝까지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한다.
변화를 받아 들이지 못하고 도태되는 느낌
멕시코 에네켄은 유카탄반도에 있는 특산물로 잎줄기에서 뽑아낸 섬유로 선박용 로프를 만들었는데, 이 로프는 질기고 튼튼했다. 당시 식민지쟁탈전과 서구자본주의의 발전으로 인해 화물운송량 증가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었고, 많은 노동자가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 멕소코 말을 할 줄 모르는 한인들은 농장주가 선호하는
노동자들이었다.
유카탄반도 전역의 22개 농장으로 1032명의
조선인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에테켄농장은 덥고 습했고, 그늘 한점없이 뜨거웠다. 물이 부족한 것이 가장 힘들었다. 빨래는 목욕만큼 사치였고, 우물은 멀었고 수량도 부족했다.
아주 열악한 환경이었고, 에네켄을 베다 가시에 찔려
피가 흐르는일이 다반사였다.
채찍 문화가 전혀 없던 조선인들에게 그것이 굴욕이기 이전에 놀라움이었다.
다시말해 그것이 굴욕이라는 걸 알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는 얘기다. 만약 얼굴에 침을 뱉었다면 그 자리에서
마체테를 휘둘렀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마소에게나 휘두르는 채찍을 사람에게 휘두를 때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조선인들에게 할당된 작업량은 천오백장이었다.
첫날 자른 에네킨 잎은 오백장밖에 되지 않았고,
감독들이 채찍을 들고 조선인들의 등짝을 내리쳤다.
사람에게 채찍질이라니..정말 참혹했다..
동물만도 못 한 취급을 받으며 일했을 사람들의
심경이 어땠을지 감히 헤아리기 어려웠다..
일이 익숙해져 할당량을 다 채워도, 받는 임금은 거의
식료품을 사는데 들어갔다. 극심한 강도의
노동후에 남는 것이 없는, 그야말로 부당한 계약이었다.
부당계약이었지만, 중재해 줄 나라도 없고,
계약서에 서명을 했기에 물릴 수 없었다.
이종도는 가장이었지만, 양반 체면을 결국 버리지 못 했고 에네켄 농장에서 일을 하지 않고 책만 읽어댔다.
결국 대신 일을 나가는건 14살짜리 어린 아들 진우였다.
14살짜리가 하루아침에 가장이 되어버린것이다.
그놈의 체면이 밥을 먹여주는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가족의 안위보다 자신의 체면이 먼저인 한심한 아버지.
평생양반으로 살아온터라 급작스런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부모라면 어떻게해서든 자식들을
먹여살려야 하는거 아닌가?
예나 지금이나 낳아놓기만하고 무책임한 부모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계약은 만료되었으나 귀국자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토지를 소유하지 못 한 자들의 운명이었다. 모두들 여러 가지 이유로 귀국하지 못 했다.
여비가 없어서, 마야 여인과 결혼하여, 돌아가봐야 먹고살 것이 없어서,
사람들은 하나둘 유카탄에 주저앉고 있었다.
계약이 만료된 후에 농장에 남는 사람들,
멕시코혁명의 용병이 된 사람들
각기 다른 삶을 살게 된다.
돌아갈 나라가 없어져서 더 한스러웠다.
(1909년 한일한병으로 국권을 상실하여 나라가 없어진 상황이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서 더욱 흥미로웠고, 안타까웠다.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난 살아 남을 수
있었을까? 벌써 죽고 없었을 것 같기도 ...?
한국사는 한국사자격증딴다고 외운게 전부였고, 시험친후에는 몽땅 잊어버렸었는데,
검은꽃 읽으면서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릴 수 있었다.
자격증공부할땐 그렇게 재미가 없더니,
소설은 재미있게 술술 읽혔다.
사실적이고, 덤덤한 묘사에 시대적상황에 대한 이해도도 훨씬 높아진 거 같다.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역사소설
이 책을 읽고 김영하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책읽을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몸이 하나라 할 일이 너무 많다ㅠㅠ
이정과 연수의 사랑이야기도 너무 쨘하다..
현실적인 결말이라 더 쨘하고 가슴아프다
꼭 읽어보세요!! 강추!!
검은 꽃 : 네이버 도서 (naver.com)
[ 2023 세대공감 어울림 북콘서트 - 김영하 with 여행의 이유 ]
- 공연일시: 2023.11.22(수)
- 장소: 영남대학교 천마아트센터 챔버홀
( 경북 경산시 대학로 280)
-신청: http://www.gbelib.kr/geic
검은꽃 읽고나서 작가에 대한 관심도가 급 올라갔는데
마침 대구에서 김영하,김중혁 세대공감 어울림 북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가고싶단 생각이 물씬 들었다!!!
근데 벌써 정원 마감이었다.
신청이 11월 1일 부터였구나?
퇴근하고 아이 하원시켜서 집에 가기도 바쁜걸 어차피
난 못 갈 운명이었다.
요즘은 감기로 컨디션도 너무 안 좋고ㅠㅠㅠ
그래도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후..ㅠㅠ
나중에 북콘서트 후기라도 찾아봐야겠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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