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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스토너, 역주행 베스트셀러 본문
사는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누구나 스토너다
정직과 성실로 묵묵히 인생을 살아온 한 남자의 이야기
- 이동진, 신형철 평론가 추천 -
[ 스토너 ]
1965년에 발행된 후 절판 됐다가 2010년대에 유럽에서 재출간되며 역주행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다.
노래만 역주행이 있는줄 알았는데, 책이 역주행 하다니 신기했다.
스토너라는 남자의 일대기라고 해서 실존인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책 도입부에 이 책은 픽션이고, 책에서 묘사된 인물 중 어느 누구도 실존인물을 모델로 하지 않았다고 기재되어있다.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
8년 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때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의 강사가 되어
195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단에 섰다. 그는 조교수 이상 올라가지 못했으며,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 중에도 그를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스토너는 농사를 짓는 부모님 슬하에서 어릴적부터 농사일을 도우며 자라왔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땅이 점점 건조해지고 농사짓기가 힘들어지고 있었다.
대학에 가면 농사를 짓는 새로운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아버지의 권유로 농과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스토너는 9개월 동안 숙식을 해결하는 조건으로 가축들과 돼지에게 먹이와 물을 주고, 달걀을 가져오고, 소젖을짜고, 장작을 팼다. 그밖에 밭도 갈고, 그루터기도 파냈으며 푸트 부인이 버터를 만들 때 우유를 젓는 일도 했다.
집에서 한달에 2~3달러씩 보내주고, 컬럼비아에 살고 있는 어머니의 사촌인 푸트의 집에서
허드렛일을 도우며 숙식을 해결하면서 학교를 다니게 된다.
농과대학 수업을 들으며 학교생활을 이어가던 중 2학년때 교양강의로 영문학개론 강의를 듣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셰익스피어가 300년의 세월은 건너뛰어 자네에게 말을 걸고 있네, 스토너군
그의 목소리가 들리나?
슬론의 영문학개론을 듣고난 후, 문학에 빠져들게 되었고 전공도 문학으로 바꾸게 된다.
4학년 1학기에는 슬론으로부터 석사과정을 권유받고, 이후 강의를 하면서 박사과정을 밟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스토너는 졸업후 석사과정에 진학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스토너의 부모님은 스토너가 전공을 바꾸고, 공부를 더 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 했다.
(스토너가 말을 안 했으니까!!)
"네 생각에 꼭 여기 남아서 공부를 해야겠거든 그렇게 해야지. 네 어머니랑 나는 어떻게든 해나갈 수 있다."
어머니는 그의 정면에 있었지만 그를 보고 있지 않았다. 눈을 꾹 감고 무겁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어머니의
얼굴은 고통스러운 듯 일그러져있고, 주먹 쥔 손은 양뺨을 누르고 있었다.
스토너는 어머니가 소리 없이 마음 깊이 울고 있음을 달았다.
이러한 사실들을 졸업식 날 아침 부모님께 이야기를 하게 되고, 4년이 끝난후 당연히 함께 집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부모님 입장에서는 멘붕이었겠다.
그럼에도, 스토너의 결정을 존중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에게 저런 순간이 왔을때 어떻게 반응할까?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의 탐탁치않은 결정을 수용해줄 수 있을까?
당장에 싫은 소리부터 쏟아낼 것 같은데 말이다.
이후 스토너는 박사과정까지 끝내고 전임강사로 강단에 서게 된다.
첫눈에 반한 이디스와 결혼하고 그레이스라는 예쁜 딸도 낳는다.
한 달도 안돼서 그는 이 결혼이 실패작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1년도 안되서 결혼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렸다.
그는 침묵을 배웠으며, 자신의 사랑을 고집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혼생활이 행복했던 건 아니다. 행복보다는 불행에 가까웠다.
"그레이스." 그녀가 천천히 또렷하게 말했다.
"아버지는 일하시는 중이니까 방해하면 안돼" 윌리엄과 아이는 이 갑작스러운 침입자에게 너무 놀라서 한동안
움직이지도, 말을 하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윌리엄이 간신히 말했다.
"괜찮소, 이디스. 그레이스는 방해가 되지 않아요"
이디스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다시 말했다.
"그레이스, 내 말 못 들었니? 당장 이리 나와라"
이후 이디스는 아이를 너무 자유롭게 내버려두었다면서 '여자아이다운' 옷들을 사입히고,
파티를 열어 이웃아이들과 어울리게 했다. 피아노를 배우게하고
딸 그레이스의 숙제와 독서를 감독하며 정해준 공부시간을 넘기지 못 하게 했다.
이전까지는 그레이스는 스토너의 서재에서 아빠가 일하는 동안 옆에서
조용히 책도 보고 숙제도 같이 하며 시간을 보냈다. 부녀가 함께 보내는 잔잔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는데, 이디스가 개입한 이후에는스토너는 딸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세 식구가 함께 식사를 하기는 했지만, 그럴 떄도 그는 감히 딸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그가 말을 걸고 그레이스가 대답하기라도 하면 이디스가 곧 그레이스의 식사예절이나 앉은 자세에서
잘못된 점을 찾아내기 때문이었다.
이디스의 말투가 어찌나 신랄한지 아이는 식사가 끝날때까지 내내 풀이 죽어서 침묵을 지키곤 했다.
아이가 어릴때는 몸이 아프다고 돌보지 않더니, 스토너에 대한 미움으로
아이를 잡고 협박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이후 그레이스와 스토너의
사이는 점점 멀어져간다.
이디스가 그레이스를 자신의 방식으로 독단적인 양육을 할때 스토너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말리지 않은 것이 유감이었다. 사랑하는 딸이 점점 생기를 잃어가고
억압받는 삶을 사는데 너무 빨리 체념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스토너가 이디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맞섰다면, 그레이스가 좀 더 행복할 수 있었을텐데...
(그레이스는 혼전임신을 하고, 급하게 결혼하여 미주리를 떠나게된다.
나중에 알고보니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혼전임신을 계획한 것이었다.)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 가정내 불화, 자녀와 데면데면한 관계, 암 말기 등
시간순서대로 스토너의 일대기가 무덤덤하게 흘러간다.
스토너의 삶이 불행한 삶이었을까? 아니면
평생을 자신이 좋아하는 영문학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으니 행복한 삶이었을까?
어떤 삶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것 같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스펙타클한 사건없이 흘러간다.
책이 좀 긴편인데 막힘없이 술술 읽히고, 다 읽고 나서는 여운이 길게 남았다.
여운이 길게 남아서 자꾸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사건은 끊임없이 겪고,
집에서 화목할 수 만은 없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갑자기 발생하기도한다.
크고 작은 굴곡들은 언제나 있다. 그렇지만 모두들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스토너가 묵묵히 일생을 살아낸 모습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
오늘도 묵묵히 살아내보자!! ㅎㅎㅎ
스토너(초판본) : 네이버 도서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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